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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3. 안개

by Digital Bohemian 2021. 8. 16.

출저 : pixabay

23살의 일이다.

한 교수가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책을 소개했다.

교수는 부자들이 본인들의 부를 무기로 바꾸는 방식을 전달하였고, 두려웠다.

두려움에 책을 게걸스럽게 읽었다.

 

하지만 책 안에서 교수가 전달한 그 어떤 내용도 찾을 수 없었다.

게걸스러운 한바탕 후에 남은 것은 그저 학술이라는 안개가 본질을 가린 껍데기뿐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무수한 정보의 안개 뒤에 숨어있는 본질을 찾고 싶었다.

무작정 읽었다. 무서웠다.

안개는 도무지 걷히는 것 같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게 인정을 갈망하는 애처로운 소년만이 남았다.

 

단념했다.

안개를 거두려고 하지 않았다.

안개가 집어삼킨듯한 가녀린 풀도 안개도 가라지 못하는 울창한 나무도 온전히 느끼며 묵묵히 걸어나갔다.

집중하느라, 오랜 시간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어딘가 해서 앞을 보았다. 안개는 없었다.

앞에는 껍데기가 아닌 본질이 남아있었다.